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삶도 사소함에 깃든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돌돌콩님의 유튜브 '거기 자네, 이제 폰 좀 그만 보고 책 좀 읽지 그러나 (g. 출판계 천재 김준수쌤) 영상을 보고, 알게 된 책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여기서 추천해 준 책 중에 자기 계발서가 아닌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으로 이름이 딱 눈에 들어왔다. 너무 과학적이지 않고, 재밌을 것 같은 책. 다 읽어보니 제목 그대로, 그 느낌 그대로 너무 과학적이지도, 역사적이지도 않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https://youtu.be/zR-mwPFugs0?t=1200
책 블로그가 맛집 블로그로 바뀌기 직전, 책 후기도 쓰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게 좋겠다 싶어서 포스팅을 쓴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신은 사소함에 깃든다 God is in the detail
우리는 사소함에 열광한다. 2002년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는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영화 기생충은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극 중 부잣집에 200만 원이 넘는 쓰레기통을 배치했다. 반대로 사소함을 놓친 연출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른다.
우리는 초등학교 졸업, 대학교 입학, 결혼, 출산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모여 삶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사건을 와닿게 하는 것은 사소함이 아닐까. 삶이란 뭉뚝한 사건의 분탕질 속에 부지런히 적응한 사소함일지 모른다.
삶도 사소함에 깃든다. Life is also in the detail
이 책은 천재들의 사소함에 주목했고, 사소함을 관찰해 병을 진단해 냈다.
-나가는 말, 책의 피부를 봉합하며: 의사는 손톱을 기르지 않는다.
세종, 가우디, 도스토옙스키, 모차르트, 로트레크, 니체, 모네, 프리다, 퀴리, 말리... 내용도 다 흥미로웠는데 '나가는 말'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발견했다. 삶도 사소함에 깃든다.
가우디 부분을 읽으면서 2019년 바르셀로나 여행이 떠올랐다. 역사책이자 과학책이자 문화 교양서인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를 읽으면서 여행 기억이 떠오를 줄은 몰랐다. 사실 가우디를 잊고 살았다. 핸드폰에 적은 메모를 보니 그때의 디테일이 떠올랐다.
---2019.11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기---
내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마무리.
한국에서는 성당을 안 다녔으니 이 행사의 의미는 잘 모르지만,
언어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의 황금빛 조각들을 봤을 때 느껴졌던 전율처럼
여기에 와서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런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눈물이 났다.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하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보이는 대로 미사 의식을 따라 했다.
무릎도 꿇어보고, 저절로 겸손해졌다.
오세브리오의 미사도 생각났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그만큼 값진 경험들을 했다는 증거니..
성가족성당은 하나의 숲을 보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흰색이어서 놀랐고
부분마다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야 성경의 이야기를 알다니
그동안의 지나쳤던 미술작품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렇게 깊게 의미가 다가온 것이려나.
여기에 저녁까지 머무를 수 있을 것 같다.
30분마다 들리는 오르간 소리가 금방 금방 지나갔다.
후기 및 추천
들어가는 말에 소개된 것처럼 '건강에 관심 있는 모든 이, 역사적 위인의 삶이 궁금한 탐험가,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 의학에 관심 있는 학생과 학부모, 공부가 지루한 의대생과 업무에 치여 초심을 잃은 전공의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이런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의사 친구에게 이 책 읽어 봤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
나는 잠시 투자책과 영어책을 읽기 싫어 이 책을 들었지만, 세종대왕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책을 다 읽어야겠다' 결심했다. 잠시 잊고 살았던 과학, 의학(생물) 지식을 다시 알려줬고, 현대 의학이 발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알았다. 믿을 수 있는 프로세스가 생긴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