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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미술관, 장인정신을 배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노노케 히메, 벼랑 위의 포뇨, 바람이 분다, 마루 밑 아리에티, 붉은 돼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의 명작을 만든 스튜디오 지브리,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아버지의 영향으로 지브리 영화를 많이 보았기에 지브리 미술관에 꼭 가보고 싶었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초기 캐릭터 스케치, 작업 공간을 볼 수 있다기에 더욱 기대했다.


지브리 미술관 예약 방법

입장료는 성인 1000엔, 한국 전시회 입장 가격과 비슷해서 놀랐다. 하지만 티켓을 예매하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1. 지브리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기
  2. 하나투어에서 판매하는 여행 상품 예약하기
  3. 로손 편의점에서 예약하기

우선 2번은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과 함께하는 버스투어' 199,800원. 식사가 포함된 금액이지만, 가격대가 높은 것 같다. 그리고 3번은 일본에서 직접 예약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인 1번, 지브리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기로 도전했다. 

매달 10일 오전 10시에 다음 달 예약 건이 오픈되는 구조였고, 일본 IP로 우회해야 예약이 가능해서, VPN어플을 사용해야 했다. 로손티켓 회원가입 후 일본어 메일이 잔뜩 오지만,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다음에 가더라도 이 방법으로 예매할듯하다. (대행업체 성인 3만 원, 패키지 20만 원)

https://l-tike.com/ghibli/

 

三鷹の森ジブリ美術館 | ローチケ(ローソンチケット)

 

l-tike.com


로손티켓 예매 방법

핸드폰으로 위의 링크에 접속하면 이런 화면이 보인다. 갤럭시를 사용하는 분께 팁을 드리자면, 삼성인터넷으로 링크를 열면 번역 기능이 아래 나오는데, 일본어를 클릭하면 일본어로 나오고, 한국어를 클릭하면 한국어로 번역해서 보여준다. 이 방법으로 하니 일본어를 모르는데 예약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글을 쓰는 시점이 10월 1일이고, 10월 남은 표를 확인해 봤는데, 25, 26. 30일만 예약이 가능했다. 그것도 늦은 타임. 도쿄 지브리 미술관에 가고 싶은 분은 꼭 미리 찾아보시길..!

VPN은 꼭 필요했다.


지브리 미술관 후기

기치조지 역에서 내려 이노카시라 공원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지브리 미술관 미타카의 숲. 도쿄 가이드 책에서는 기치조지가 한국의 성남과 비슷한 지역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눌러앉아서 살고 싶은 곳. 기치조지에 도착하니 도쿄 도심에서 느끼던 번잡스러움이 없어졌다. 조용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느낌.

이노카시라 공원은 규모가 큰 공원이었다. 어쩌면 숲에 더 가까운 공원. 모노노케 히메에서 본듯한 숲 같았다. 신도시 공원같이 앙상한 나무, 인위적인 구조로 배치된 나무가 아니어서 더욱 숲에 들어온 것 같았다. 테니스장도 보였는데, 부지런히 테니스 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기가 일본의 성남인가..!

미타카의 숲
기치조지

이노카시라 공원의 벚꽃 나무. 일반 벚꽃 나무는 아니었고, 겹벚꽃처럼 보였지만, 겹벚꽃이 이렇게 잘 떨어졌었나?..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날이 좋아서 꽃이 피었고, 전날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스콜 같은 비가 쏟아져서 꽃이 다 떨어졌다. 꽃으로 물든 핑크빛 땅을 처음 봤다. 뿌리가 꽃을 피운 느낌을 받았다. 꽃을 밟으며 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이노카시라 공원을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입장 시간이 되었다.

(예약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지브리 미술관, 3시 표인데, 2시 입장 절대 불가!)

3시 입장표를 구매했던 것 같은데, 3시에 맞춰서 가니 줄이 너무 길었다. 입장 표만 확인되면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빠르게 줄이 줄어들었다. 공원엔 사람이 없었는데, 여기에 사람이 다 모여있는 것도 신기했다. 평일 3시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서양인도 많이 보였는데, 지브리 작품들이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어 그런가 보다. 

지브리 미술관 줄
지브리 미술관

로손 티켓을 필름 티켓으로 바꿔주셨다. 하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집이었고, 하나는 모르겠다. 밝은 곳에 가서 비춰보니 너무 예뻤다. 이 작은 필름 안에 내가 아는 장면이 들어가 있다니..! 속으로는 하울이나 소피, 포뇨를 받고 싶었지만, 그냥 아무거나 주셔도 예뻐서 만족했다. 티켓값 1000엔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순간 :)


지브리 미술관은 내부 촬영 금지다. 사진으로 남길 수 없으니, 기억에 더욱 남기고 싶었다. 이 순간을 마음속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지브리 미술관은 모든 곳에 지브리 테마가 있었다. 입구부터 화장실까지. 

화장실 벽면도 지브리 관련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고, 수전도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브리 미술관 티켓지브리 미술관 외부
지브리 미술관

인상 깊었던 공간은 작업실이었다. 콘티 책이 있었는데, 콘티만 보는 걸로도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콘티에서 액션 장면이 보였고,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그린다고? 또 한 번 놀랐다. 작업실 방에는 캐릭터 디자인 와 장소 스케치로 가득했는데, 지금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비행기 그림도 있고,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배경이 그대로 있었다. 분명 종이인데, 스크린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작품이었다.


장인정신이란 이런 것일까? 몽당연필 유리통에서 장인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얼마나 스케치를 많이 했으면 몽당연필로 큰 통을 가득 채울 수 있었을까? 나는 공부할 때 그 정도로 노력했나? 저렇게 노력해 본 경험이 있던가? 창피해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저렇게 몽당연필을 가득 채울 일은 하지 않지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저 정도의 노력을 해볼 것이라고. 저 정도의 각오를 하고 시작할 것이라고. 중간에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겠다고. 

지브리 미술관 토토로
지브리 미술관

비슷한 장면을 그리는 일. 비슷한 일을 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막상 해보면 어렵다. 하지만 그 비슷한 장면들이 모아져야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듯, 비슷한 일상이 모여 특별한 인생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것을 그리기 위한 노력, 비슷한 일을 해내기 위한 노력. 

빠른 회전으로 만들어낸 토토로의 어느 한 장면. 단순한 모형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지브리 미술관 주변 카페

공원을 돌며 마시던 카페라떼, 그리고 레모네이드. 작은 카페였는데, 주인분이 정말 친절하셨다. 테이블은 좁았지만 일본 다웠고, 아기자기함의 끝판왕인 카페였다. 커피 맛이 좋아서 아직도 맛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https://maps.app.goo.gl/N8Mfmc4XpGmXiD2w9


지브리 미술관 주변 음식점

로지우라 커리 사무라이 -기치조지

일본식 스프카레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다. 방문했을 때는 한국인이 없었고, 일본인 아기 어머니들의 맛집인 느낌이었다. 앉아서 먹는 좌식석과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는 좌석, 그리고 야외 좌석도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니 사람들로 꽉 찼다. 주문은 태블릿으로 받아서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인테리어도 좋았고, 화장실에 가그린도 비치되어 있어 센스가 돋보이는 음식점이었다. 

스프카레의 우엉이 너무 맛있었던 음식점.

아사히카와의 스프카레집이 떠올랐다.

https://maps.app.goo.gl/cPF9w6J6W2kiXj936

테블릿스프카레치즈밥
스프카레

기치조지 크레페 맛집

Pearl Lady라는 곳인데, 크레페와 버블티를 판다. 도쿄 시내에서 30분 기다려서 먹은 크레페보다 훨씬 맛있었다. 가게에 자리가 있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밖에서 간단히 먹어도 됐다. '이세야' 꼬치구이 집을 방문하려다가 월요일 휴무여서 방문하지 못하는 바람에 잠깐 들러본 곳인데, 진짜 맛있었다. 인생 크레페라고 해도 될 만큼 크레페가 야들야들 부드럽고, 크림도 맛있고, 과일도 듬뿍 넣어주셨다. 기치조지에 가는 분이라면 꼭 도전해 보시길!

https://maps.app.goo.gl/eyhSSJaSSqCcGSnA6

 

Pearl Lady · 일본 〒180-0003 Tokyo, Musashino, Kichijoji Minamicho, 1 Chome−17−10 F&Wビル

★★★★☆ · 버블티 전문점

www.google.com

바나나초코치즈케이크 크레페
크레페 맛집

마무리

기치조지, 도쿄에서 멀지만 충분히 갈만한 도시라 생각한다. 지브리 스튜디오도 있고, 숲 같은 공원도 있어 번잡한 도시가 싫은 분들께 추천하는 도시. 친구도 도쿄 여행 중에 기억에 잘 남은 곳 중 하나라고 했다. 지브리 미술관이 주목적이었지만, 공원을 걸으면서 리프레시도 하고, 우연히 갔던 카페와 크레페 집에서 정말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다. 그다음 날에 도쿄 시내에서 크레페를 먹었는데,, 크림도 많이 안 넣어주고, 비싸고, 과일도 적어서 기치조지 크레페가 더욱더 생각났다. 아 다시 놀러 가고 싶다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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